Story About K
그날도 역시 여느 때처럼 10시가 지나
기나긴 어둠을 맞이하기
시작한 k의 방 안
반쯤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자아를 상실함을 확실히 느껴
분명 자정이 지나면 또 두통에
시달리며 아스피린 수십
알로 고통을 억누르겠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이런 밤이 지속됐던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아서였어
2주 전쯤 말없이 사라진 아내와
두 딸 덕분에 완전히 망가진 생활과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성격
또 혼란스런 상태가 이끌고 간
상황이란 정신착란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소리와
함께 난 또 머릴 움켜쥔다
급하게 약을 삼키며 또 다시 거울을
쳐다봤을 땐 이미 일그러져버린
내가 쓰러지고 있을 뿐
퀴퀴한 냄새와 함께 눈을 떴을 땐
계단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
왜 이렇게 답답한 곳에
내가 쓰러져있는 걸까
아직도 멍한 정신에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럴수록 점점 아파오는
머리와 가빠오는 호흡
두 번이나 속엣것들을 걸러 내버리고
난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
몸을 일으키고 나서
사방을 둘러봤지만
기분 나쁜 냄새와 칠흙 같은
어둠만이 나를 반기는 듯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손을 더듬어가며 전등
스위치를 찾기 시작했어
냄새에 점점 무감각해져 갈 때쯤
스위치와 함께 손에 잡힌 것은
나 아닌 누군가의 또 다른 손
황급히 전등을 켠 후
내 눈앞에 보인 건
그날도 역시 여느
때처럼 10시가 지나
기나긴 어둠을 맞이하기
시작한 k의 방 안
잠자리에 들기 전 미세한
두통에 시달리던 그는
짜증과 함께 두통약 통에 손을 넣고는
무작정 집히는 대로 알약을
수십 정 집어삼켰지
그리고는 몇 시간이 지나 자정에
다다른 시각 풀려버린
눈을 한 k의 게임의 시작
우선 옆자리의 아내 목을 지긋이
긋고는 목이 졸린 자국이 남은
딸아이들의 몸과 같이 묶고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구석진 곳 한대 뒤엉킨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사랑스레 다듬어주고는
태연히 방으로 올라와
거울을 봤을 땐
이미 일그러져버린
그가 쓰러지고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