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부는 바람에
맡겨 무덤덤한 시간
이 새벽에
딱히 별 의미 없이
걷다 무심코 보았지
저 멀리에
희미한 공기 안에서
뿌옇게 흐려져 가던
그곳엔 네가 있었네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어제와 오늘의 경계 속을
네가 비췄네
파랗게 빛나던
네 투명한 눈과
미소가 내 안의 새벽을 깨워
이 새벽을 깨워
달빛 속에 가려질 듯
짧았던 너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어
널 붙잡고 싶어
한숨이 드러나는 곳
가로등 밑같이
가장 구석진 곳을
개같이 핥지
더럽혀졌거나
동시에 순수한 기억의 골
그 안에 날 가두고
정작 저만치
발자국 따라 걸어
스토킹하는 거지
내팽개 쳐두었었던
이 공기와의 거리
와와와 메아리도 없네
잠깐만 이곳이 끝일 리 없네
그칠 리 없어
바닥을 치는 비신음소리
나만 위했던 누군가의
음식 솜씨 같은 거
같은 곳에서 마른 몸을 적신
뭔가를 나눈 것
아침과 달을 갈라 왔던
하루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이 시간을
두 팔로 꽉 안어 난
꽤 비슷해
닿으면 나던 냄새
그쯤에서야
이 밤을 보내네
희미한 공기 안에서
뿌옇게 흐려져 가던
그곳엔 네가 있었네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어제와 오늘의 경계 속을
네가 비췄네
파랗게 빛나던
네 투명한 눈과 미소가
내 안의 새벽을 깨워
이 새벽을 깨워
달빛 속에 가려질 듯
짧았던 너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어
널 붙잡고 싶어
낮게 부는 바람에 맡겨
무덤덤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