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공기. 마음에 내려 서리 같은 결정
어떤 경험을 거쳤던 것인지는 몰라도 바뀌었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어 말해주지 않았어도
어떤 말보다 귀를 찌르는 정적
세상에게 그 이름 그저 전해오는 말로
실감한 적 없다 해도 믿게 되는 상표
따위로 쓰이는 말 정도밖에 안 돼도
홀로 쉬이 입에 올리지 못한 자에서
그렇지 않은 자로 이제는 바뀌어가고
감히 담지 못한 이름 선명히 발음하며
집안이 담은 과거 그 피를 타고 왔던
그를 평생 가둔 감옥 저주와 다툰 삶도
이젠 아무 말도 아니라는 듯이
여전히 갈 곳이라곤 가시밭들뿐인
정답을 찾았단 걸 자신한 얼굴이
전혀 다른 자로 다시 사는 눈빛
말은 불과 같지만 말에 불과하니
사람이 쉽게 다루고 사람이 속아갔지
마른 풀과 같이 타는 말은 불과 같이
사람이 만든 전설에 사람은 도망갔네
말에 불과하지만 말은 불과 같이
속은 사람은 귀신이 되어 똑같아지지
말은 불과 같이 타는 마른 풀과 같이
사람이 만든 전설을 사람은 쫓아왔네
이름이 지어진다. 사람들의 말로
그것은 고귀하며, 동시에 한순간에 하늘로
치솟아 날려, 역시 사람들의 말로
전해져 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타고
이야긴 무너진다, 사람들의 말로
사람의 혀끝은 달고 또 날 선 단검
곤두박질쳐, 치켜 세우는 듯 하면
똑똑히들 봐둬 그 모습이 그들의 말로
귀신, 되지 않으려 고개 들치길
숙이지도 않으며 바로 발 앞 길이
천 길 낭떠러지일 수 있다 해도 이 길
걷기로 했으니까, 걸어간단 미친 짓
영원한 돈다발과 이름 같은 건 없어
말로 태어나 말로 끝나는 말로여서
사람이 버리면 그게 끝인 것이어서
그래서 나. 되어 보이겠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