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설이라고 이름 불려왔던 존재
무열정, 무질서함이 난무하는 곳에
불을 줬네, 모두가 인정한 만인의 선생
그와 반대로 걸은 이들 역사의 한켠에
추억거리로 만든 잔혹한 탁월함
이미 미리 미래를 안 듯 답을 가져와
온갖 협잡과 누명까지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만들고 나서 떠나
사람이, 사랑했던 제 모습에 대한 사랑
잃어버렸단 고백 이후론 배신자라
불리기도, 던진 돌을 맞기도 했다만
틀렸단 길 걸어가 밟고선 건물을 샀다
발밑에 빼곡한 창문 안 빛에
홀린 듯 올려보는 사람들은 마치 그의
건물은 하늘이요 창들은 별빛들이
모인 것처럼 고갤 들어 보니 섬찟해
늦은 나이 배운 담배에 불을 붙혀서
이젠 하늘과 별을 밟고 구름을 펼쳐
하얀 연기에 쌓여 신비로이 홀로 섰고
불을 비벼 끄며 비웃듯이 말해 이게 전설
그 또한 전설이라고 이름 불려왔던 존재
젊었던 피 덥혔던 이 바닥에 낙서를 적네
과거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 말하지만
이젠 자기 맥을 짚어봐도 희미한 심장 소리
어쩌면 마친 듯 해 그의 도리
터에서 버티기 위해 터전을 떠난 현실
누군가는 바보처럼 서러워도 걸어야
할 길이었다고 그래야만 했다고
외쳤던 그는 이제 직장인으로 산다
귀신과 사람보다 무서워진 피곤함과
싸우는 삶을 택해 백해무익한 창작과
멀어질수록 그는, 책임감 있는 남자
평소보다 사나웠던 저녁 생각에 젖어
젊었던 시절 남긴 흔적에 이끌려서
후세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이름 어떤
모양새일지를 찾아 손에 든 화면을 켰어
그를 칭송하는 말들 빼곡하게 적혀
있는 모습을 보고는 너털웃음을 견뎌
밤이 늦었단 아내의 잠 섞인 음성처럼
희미한 화면 불을 끄곤 낮게 웃는 전설